2004.10.26.

음악도시
그 남자...♂

이 골목에서 한번쯤 그녀를 업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때 둘이서 소주 한병을 알뜰히 취한 채로 손을 잡고 골목을 걷다가...
그러다가 그녀가 휘청했을 때 주위를 둘러봤는데 아무도 없었을 때...
몇번쯤은 말도 꺼내 봤었죠...
"저기... 업혀~! 아, 얼른, 얼른 업히라니까~!"
하지만 그녀는 싫다고 했어요...
그녀 말로는 무거워서 업지 못할 거라고 웃으며 도망치는 시늉을 했었지만...
아마 그녀는 그렇게라도 아주 잠깐이라도 몸만이라도 나한테 오롯하게 의지하는 게 미안해서 그랬을 겁니다...
그녀가 어떤 상황이든 앞으로 어떤 일을 겪어야 하든 그게 나한테는 짐이 아니었는데...
나는 내 등에 그녀를 올려놓고 그 무게를 온전하게 감당하고 그렇게 씩씩하게 걷고 싶었어요...
무겁지 않겠냐고 물어보면 따뜻하다고 대답하면서 그녀를 골목 끝까지 업어주고 싶었습니다...
놓아달라고 해도, 보내달라고 해도, 이젠 나 사랑하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해도 보내주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 여자...♀

피곤한 하루였어요...
다리도 발도 퉁퉁 부어서 한발자국도 더 걷기가 힘들어요...
지하철역까지 500미터, 지하철계단이 500개... 생각하니 집으로 가는 길은 아득하기만 하고 그래서 오늘은 막히더라도 버스를 타자 마음 먹었습니다...
구두에서 발을 반쯤 꺼내놓은 채 버스정류장 벤치에 털썩 앉아봅니다...
음~ 조금 더 용기가 있었다면 나도 영화 속 여자들처럼 구두를 벗어들고 길거리를 활보했겠죠...
누가 보든 말든,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부끄러워 하든 말든 당당하게, 뻔뻔하게...
하지만 그때도 지금도 내게 그런 용기는 없네요...
발이 부은 날은 구두가 단 하나의 걸림돌인 것만 같죠...
구두만 벗으면 날 수도 있을 듯...
그 때 내 삶이 너무 무거웠던 그 때는 그 사람이 내 발 아픈 구두였어요...
그 사람만 내 옆에서 떠나보내도 내가 좀 덜 누추할 거 같았죠...
혼자가 되면 비록 더 누추할지는 몰라도 그래도 마음은 편할 거 같아서...
미안해 할 일은 없을 거 같아서...
지금도 그 때처럼 구두를 벗었는데도 발이 계속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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