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9.22.

음악도시
그 남자...♂

'어? 언제 왔지?'
그림자도 날씬한 눈부신 오후 다섯시...
남자가 잠시 다른 곳을 보는 사이 등 뒤로 서있는 여자...
마치 오래전부터 서있던 것처럼... 하지만 숨을 할딱거리며 여자가 남자를 올려다봅니다.
"뛰어 왔어요? 안 그래도 되는데..."
남자의 말에 여자는 흠칫 놀라며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봅니다.
남자는 그걸 왜 모르냐는 표정...
그리곤 땀에 젖어 그녀의 이마에 들러붙은 머리카락을 가리켜 보이죠.
"여, 여기요~ 땀 났어요..."
남자는 내심 엄지와 검지로 저 머리카락을 한올한올 떼어내고 싶다 생각하지만... 혹시나 느끼해 보이진 않을까? 그녀가 놀라 움찔하지 않을까?
그저 힘이 들어간 손가락을 꼬물꼬물 주머니 속에서 움직여 보죠.
손등으로 이마를 닦아내는 그녀를 보며 남자는 중얼중얼...
"저, 숨소리도 다른 날보다 더 크잖아요...
또 머리카락에서 바람 냄새도 나고..."

그 여자...♀

'뛰어온 걸 들키고 싶지 않았는데... 구두 신고 치마 입고 헐레벌떡 뛰어온 거 상상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는데...'
그런데 이렇게 단번에 들켜버리고 나니 여자는 자기도 모르게 혀가 입 밖으로 쏙 나와버립니다...
'내 이마에 땀이 났었구나...
내 숨소리가 다른 날보다 더 컸었구나... 그래서 들켰구나...
하지만 바람 냄새라니...? 바람에도 냄새가 있나?
내가 점심 때 뭘 먹었지?'
잘근잘근 생각에 잠긴 여자에게 남자는 뭘 생각하냐고 물어보았고 여자는 좀 망설이다가 궁금한 걸 물어보기로 합니다...
"그런데요~ 아까 내 머리카락에서 바람 냄새 난다고 했잖아요...
그 바람 냄새가 뭐에요?"
남자는 그건 아주 설명하기 어려운 거란 표정으로 천천히 말하길...
사실은 자기도 처음 느껴본 거라 신기해 하는 중이라고... 그런데 그냥 그런 게 있더라고...
여자는 남자의 설명 대신 남자의 눈을 보며 모든 걸 이해합니다...
'아... 사랑하면 다 알게 되나보다...' 라고...
'그래서 학교를 다닐 때 독서실에서 공부했다 거짓말 해도 엄마는 내가 여기저기 다닌 걸 다 알았던 거구나...
사랑하면... 다 알게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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