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9.01.

음악도시
그 남자...♂

매미소리가 잦아든 밤...
꿈결처럼 컹컹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옆집 강아지가 짖나보다... 혹시 누가 찾아온 걸까?
그때처럼 그녀가 갑자기 찾아온 걸까?
"놀랐지~? 놀라게 하려고 전화도 없이 왔어~"
그때처럼 나를 찾아온 건 아닐까?
나는 베개에서 귀를 떼곤 그 소리에 집중한다...
하지만 제대로 들어보면 그 소리는 내 방과는 너무 먼 곳에 있다...
옆집은 아니구나... 그녀는 오지 않았구나...
이럴 땐 내가 예민한 게 원망스럽다...
다른 집에서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잠을 깨고...
매미소리가 전화기 진동 같아 또 깨어나고...
저 멀리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에 또 한번 잠에서 깨어난다...
낮엔 이렇지 않은데... 낮엔 모든 게 정확했다...
우리가 헤어졌다는 것을 나는 정확하게 인지했다...
그녀에게 전화를 거는 일도 없으며... 그녀의 전화를 기다리지도 않았다...
그런데 밤은 왜 이럴까?
밤이 되면 꺼놓은 핸드폰이 끊임없이 울려대고, 밤이 되면 다 거짓말 같다...
우린 아무 일도 없었고, 그녀가 금방이라도 다시 찾아올 거 같다...

그 여자...♀

헤어진지 사흘째...
느리게 흘러가는 어제와 오늘...
자자... 푹 자고 일어나면 또 조금 더 멀쩡해질 거야...
정신은 피곤해도 쉽게 잠들 수 없는 갈증이 있어 어제처럼... 그제처럼... 또 잠을 설치지...
고집스럽게 눈을 감고 누워 있으면 점점 커지는 시계소리, 옆집에 TV 소리,
골목을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 바람 소리...
그리고... 불 꺼진 내 방안을 누군가 기웃거리는 소리...
너니? 니가 온 거니?
기어이 이불을 걷어내고 일어나면 주위는 순식간에 조용해지고...
창틀 무늬로 잘려진 채 내 침대에 길게 엎드린 가로등 불빛...
밝을 땐 가로등 불빛 같은 건 보이지도 않지...
많은 이들과 함께 있는 낮에는 식어버린 사랑쯤은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하지만 어두운 밤에는 희미한 가로등 불빛도 이렇게 눈이 부신걸...
아주 조금 남아있는 사랑에도 이렇게 마음이 아픈걸...
당분간 밤은 내게 감당하기 어려운 시간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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