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8.31.

음악도시
그 남자...♂

떨어져 있기 싫다면서 1박 2일 답사도 가지 말라고 하던 그녀가...
갑자기...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점심 시간 급한 일이 생겨서 내가 그녀와 점심을 먹지 못하면
혼자서는 밥도 못 먹어서 하루종일 쫄쫄 굶던 그녀가...
갑자기... 혼자 밥 먹는 게 편하다고 합니다...
영화를 볼 때면 주인공 대사를 들을 수도 없을 만큼 내 귀에 바짝 붙어 종알거리던 그녀가...
갑자기... 영화는 혼자 보는 게 좋다고 합니다...
우리가 만난지 30개월...
카페에 가면 그녀가 내 옆자리에 앉은 것은 29개월...
그러던 그녀가 내 옆이 아니라 내 앞에 앉은지는 1개월...
그 한 달 사이에 그녀를 지켜주던 내가...
갑자기 그녀를 가두는 철창이 됐다고 합니다...
내가 있어야 안심이 된다는 반쪽짜리 그녀가...
갑자기 혼자형 인간이 됐다고 합니다...
그녀가 같이 해달라고 하였고, 그래서 내가 함께 해주었던 모든 행동들이...
갑자기... 헤어지는 이유가 되었다고 합니다...
나를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였는데...
그녀는 지금 그냥 혼자 있고 싶다는 자신의 말을...
내가 믿을거라고 생각하나 봅니다...

그 여자...♀

나는 그 사람이 바쁘다 하면 같이 밥 먹을 사람 하나 없고...
주머니 없는 옷을 입으면 내 손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가 아니면 아무도 내게 메세지를 보내지 않습니다...
한달 전 그가 잠시 서울을 떠났을 때...
나는 그가 돌아올 날만 기다리며 내내 방안에만 있었어요...
꼼짝 않고 웅크린 채 달력을 보며 '아~ 드디어 내일이면 오는구나...'
그 순간 거울에 비친 내 모습...
나는 권태에 빠진 뚱뚱한 고양이였습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나의 다정한 주인님...
놀랍게도 당장 그 때부터 그 사람이 꼴보기 싫어졌어요...
웃는 게 싫고, 목소리가 싫고, 내 몸에 닿는 것도 싫고...
그저 변덕인가 생각도 했고, 다시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도 했지만...
지금 난 그 사람이 너무 다 싫기 때문에 다시 얼마만큼 좋아진다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좋아질 때처럼 내가 어찌할 사이도 없이 갑자기 싫어졌다는 거...
그게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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