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는 노래

정태춘

에, 해 떨어진다 돌아가자 고갯길 장승터에 해무리가 진다
에요 데요 갯바람 살랑살랑 빈 집 허물기 전 에요 가자
해가 뜨며는 땡볕이요 달이 뜨며는 칼바람
맘 붙여 몸 기댈 언덕배기 하나 없네 예 어디냐 예 어디냐
메마른 대처 후여, 후여 떠나가자
밭 갈아 엎어 콩 심고,
텃논에 물 대어 벼 심고
외양간 쓸어 누렁소 매고 배불리 먹여 잠 재우고
조상 제사나 잘 모실란다

에, 해 떨어진다 돌아가지 허물어진 장독대에 족제비 노닌다
에요, 데요, 턱없이 늙어버린 당집 할매 죽기 전, 에요 가자
적수공권 떠돌던 몸 처자가솔도 흩어져
회오리 동풍에 천둥번개 요란허니, 예 어디냐, 예 어디냐
남의 땅 대처 후여, 후여 떠나가자
흩어진 식구들 모여서 두레상 한 마루 밥 먹고
동네 품앗이 나락 걷워 농주 담궈 나눠 먹고
두레나 한번 잘 놀아 볼란다

에, 해 떨어진다 돌아가자 메워버린 우물가엔 흰 김이 오른다
에요, 데요, 서낭당 돌 무더기 와르르 무너지기 전,  에요 가자
뚫으셔 뚫으셔 샘 구멍 뚫으셔
메워버린 우물가에 흰 김이 오르니
길조가 아니고는 딴 뜻이 없겠네
송아지 송아지 누렁 송아지
얼룩 소가 아니고 누렁 송아지


가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