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문> 도종환 시/박우진 곡
거대한 서울은 시도때도 없이 우리의 신분을 확인하려 한다.
첫발을 내딛기가 무섭게 내게 어디론가 내 이름을 빼앗아 급히
데려갔다 데려온다
거대한 서울은 시도때도 없이 우리의 실체를 확인하려 한다.
그동안 온전하게 살고 있었는지 세상을 뒤집을 꿈을 꾸었는지
지하 전세방에서 지하철을 타고 어두운 창자속 같은 기나긴 길 걸어
지하도 입구를 빠져 나오려 할 때 겨우 찌든 해라도 보려고 할 때
그들은 잠시 내속으로 들어오겠다 한다
밖으로 나가도 되는 사람인지 확인하겠단다
가방을 열고 단추를 따고 건드려 본다
만두속 같은 우리의 속내를 들쑤셔댄다
건드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