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꽃
(김지하/글, 조념/가락)
1. 빈손 가득히 움켜쥔 햇살에 살아 벽에도 쇠창살에도
노을로 붉게 살아 타네 불타네 깊은 밤 넋 속의
깊고 깊은 상처에 살아 모질수록 매질 아래
날이 갈수록 흡 뜨는 거역의 눈동자 핏발로 살아
열쇠소리 사라져 버림 밤은 끝없고
2. 끝없이 혀는 잘리어 굳고 굳은 벽속에
마지막 통곡으로 살아 타네 불타네 녹두꽃이 타네
별 푸른 시 구문 아래 목베어 횃불아래 횃불이여
그슬려라 하늘을 온 세상을 번뜩이는 총 검 아래
비웃음 아래 너희 나를 육시토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