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듬어 품에 안고 눈을 질끈 감으랴 내 님아
해도 지고 저문 날에 너는 가고 건너 산에 달이 뜨니
네 모습 저 달빛 아래 천지 사방 흩어지고
나는 달빛만 얼싸안고, 나는 달빛만 얼싸안고
시름 겨워, 시름 겨워
꼭 잡으면 터질세라 슬쩍 잡아 놓칠세라 꿈이 깨고
마주보면 노할세라 비켜보면 삐낄세라 날이 갔네
어느 하루 울 너머로 네 댕기 머리 보잤더니
너는 내게로 다가와서 옷고름 움켜쥐고
나는 간다, 나는 간다
보듬어 품에 안고 눈을 질끈 감으랴 내 님아
해도 지고 저문 날에 너는 없고 험한 세상 바람부니
바람조차 네 옷깃처럼 이리 저리 스쳐가고
나는 바람만 얼싸안고, 나는 바람만 얼싸 안고
시름 겨워, 시름 겨워
(1982년 12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