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련 (悲戀)

비천무

꽃들이 수련대며 일제히 일어나는 아침
밤사이 잠들었던 슬픔도 따라 일어나니
그대 없는 하루가 죽음이라 해도
그대 숨쉬는 이 하루를 나 또한 숨쉬며 살겠으니
나는 기쁨으로 기꺼히 눈을 뜨고
단정한 나의 뜰안에 그대 들여놓고
그대를 사랑하겠어라

반짝이는 은어떼의 비늘처럼 눈분신
태양이 한낮을 가리킬 때
멀리서 지켜보는 그대는 정결한 아름다움...
꽃이슬의 투명함으로 한 방울 떨어진
그대는 알알이 진주로 맺히고
나 하늘아래 누구도 그대를 아프게 하지 못하게
내 전부를 걸어 맹서한노니
그대를 사랑하겠어라

신이여, 우리를 갈라놓을려 한다해도
운명을 거슬러 하늘과 맞서노니

우리에겐
불보다 더 뜨겁고
강보다 더 거침없이 흐르고
바다보다 더 겊은 믿음이 있나니
우리는 사랑하겠어라
끝내 우리는 사랑하겠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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