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 ~

전은진 /전은진
얼마나 나는 기다려야만 하는지
야속한 바람도 대답 없이 떠나가고

내일이라고, 정말 내일일 거라고
길고 긴 하루를 버티고 또 버텼지만
무엇을 기다리는지 그것마저 이젠 다 잊었나 봐요

시간은 그저 끝도 없이 되풀이되는 영원한 감옥일 뿐이죠
단 한 걸음도 내가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면

어서 내 이름을 불러 이곳에서 날 꺼내 줘요
더 늦기 전에 내 곁으로 돌아와요

**

돌아오기엔 너무 멀리 가 버려서
이젠 내 목소리 더는 듣지 못하나요?

처음 걷는 길, 낯선 거리를 헤매다
길을 잃었나요? 그댄 지금 어디 있나요?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것마저 어느새 다 잊었나요?

기억은 그저 쉴새없이 나를 할퀴는 끔찍한 악몽일 뿐이죠
단 한 순간도 나는 그대를 잊은 적이 없으니

어깨를 힘껏 흔들어 이 꿈에서 날 깨워 줘요
더 늦기 전에 내 이름을

**

어떤 날들을 견뎌왔는지 언젠가 그대에게 들려 줄 수 있게
내가 얼마만큼 자랐는지 그대에게 보여 줄 수 있게

**

시간은 그저 끝도 없이 되풀이되는 영원한 감옥일 뿐이죠
단 한 걸음도 내가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면

어서 내 이름을 불러 이곳에서 날 꺼내 줘요
다 잊기 전에 내 곁으로 돌아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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