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담길

김영근
오늘 하루도 어김없이
그저 소리 없이 저물어간다

그래 어쩌면 지쳐있었는지 몰라
내딘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그저 하루하루 살아
기대 없이 그저 살아
넌 오늘도 버텼겠지

어두운 아랫담길 돌아
집 앞 가로등 불 아래로
하얀 눈이 떨어진다

꺼져가는 너의 숨 속에
피어나는 하얀 꽃처럼
난 아름다운 널 향해 노래해

가슴 시린 바람 불어와
메말라버린 꿈이라 해도
눈 녹아내린 여린 들꽃처럼
그렇게 넌 다시 피어난다

모두 내 맘 같지 않아
닿지 않을 것만 같아
또 숨죽여 울어본다

늦은 새벽 경의숲길
발걸음을 재촉해봐도
저 새벽은 밝아온다

꺼져가는 나의 숨 속에
피어나는 하얀 꽃처럼
넌 움츠러든 날 위해 노래해

가슴 시린 바람 불어와
메말라버린 꿈이라 해도
눈 녹아내린 여린 들꽃처럼
그렇게 난 다시 태어나
나의 문을 열어본다

애를 써도 세상은
여전히 두렵기만 해
쌓여가는 눈처럼
내 맘이 버거워도

나의 맘속에
넘쳐버린 하얀 꿈처럼

또다시 한번 널 향해 노래해

가슴 시린 바람 불어와
메말라버린 꿈이라 해도
눈 녹아내린 여린 들꽃처럼
그렇게 넌 다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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