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삼겨

장문희
천지 삼겨 사람 나고
사람 생겨 글 내일 제
뜻정짜 이별별짜를
어이허여 내였든고

뜻정짜를 내였거던
이별별짜를 내지를 말거나
이 두 글자 내던
사람은 날로 두고 지였던가
도련님이 떠나실 적에
지어 주고 가신 가사

한창(恨唱)허니
가성열(歌聲咽)은
동창(東窓)의 슬픔이요
수다(愁多)에 몽불성(夢不成)은
정부사(征夫詞)의
설움이라 허시더니
거문고에 올려 타면 탈적마다
한이 맺혀 눈물 먼저 떨어지네

완악(頑惡)헌게 목숨이요
모진 게 간장이라
심화(心火) 다 타고
나머지 한
구비가 마저 끊처 없것구나

추월춘풍(秋月春風)을
옥중에서 다 보내니
보이나니 하늘이요 들리나니
새소리로고나

낮이면 꾀꼬리 밤이면
두견이가 서로 불러 잠을 깨니
꿈도 빌어 볼 수 없네
도련님과 이생에서
영영 못 살 지경이라면
차라리 내가 먼저
죽어 임을 마저 모셔 갈가

그리도 못헐진댄
적적무인(寂寂無人)
심야간(深夜間)에
실솔의 넋이 되어
임의 방에 들었다가
밤중이면 시르르르르 슬피
울어 잠든 임을 깨워 볼가
아이고 언제 보리
우리 도련님 어느 때나 뵈올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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