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아란

안예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면
행복한 결말의 이야기가 될까
아니 서로 만나지 않았다면
다른 곳에서 웃고 있었을까
어렴풋이 보이는 어둠을
애써 외면하고서
불빛을 따라 걷고 있다고
나는 믿고 있었어
결국 절망이었어
앞이 보이지 않아
알면서도 그래
멈출 수가 없었잖아
사랑이 온 세상을 삼켜버렸어
깊은 구덩이 속에 밀어버렸어
우리는 너는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천천히 눈을 감겠지
덫에 걸려 베인 상처들을
애써 외면하고서
구원을 따라 걷고 있다고
너도 믿고 있었니
결국 고통이었어
피가 그치지 않아
알면서도 그래
멈출 수가 없었잖아
사랑이 온 세상을 삼켜버렸어
시린 겨울 밤 속에 가둬버렸어
우리는 너는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끝없이 추락하겠지
사랑이 우리를 우리들을 죽였어
옅은 숨결까지도 모두 앗아갔어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벗어날 수 없어
아침은 다시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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