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무렵

윤종신
다 왔나 봐 끝이 보여
엇갈린 감정의 숫자가
자꾸 늘어가
굳이 서로 바로
잡으려 하지 않아
흘러가는 걸 방치하잖아
되돌리지 않고

어떡할까 뭐가 좋을까
이쯤에선 한번 크게 다퉈야
좋은 핑계가 될 텐데
그러기엔 많이
식어버린 우리 사랑은
그 어떤 일도 일으키기 귀찮아

참 못된 사랑 아프기는 싫어서
그냥 덮어두면 무뎌질까 봐
좋을 때 쏟아 냈던 그 약속들
다 잊은 채 서둘러
건망증 환자 돼버려
잔인한 사랑 살아갈 게 중요해
추억에 허우적댈 시간은 없는 걸
가끔 떠올라 미소 짓는
흐뭇한 기억 같은
내 삶의 장식품이 될 우리 사랑

태연하게 오늘 하루 보내고 있어
이젠 너의 연락에 답은
당연히 미룬 채
단지 우리 필요한 건
얼굴 붉히지 않을 서롤 위한 다는
그 흔한 이별뿐

참 못된 사랑 아프기는 싫어서
그냥 덮어두면 무뎌질까 봐
좋을 때 쏟아 냈던 그 약속들
다 잊은 채 서둘러
건망증 환자 돼버려
잔인한 사랑 살아갈 게 중요해
추억에 허우적댈 시간은 없는 걸
가끔 떠올라 미소 짓는
흐뭇한 기억 같은
내 삶의 장식품이 될 우리 사랑

누굴 만나
넌 참 좋은 사람이었다고
아련한 척 저 하늘을 바라보겠지
그러다가 한 번은
미칠 듯 보고 싶을 거야
우리 좋았던 그 날들 어떻게 지워

잘 가 저 멀리 나의 기억 밖으로
머물렀던 흔적조차 가져가
좋을 때 쏟아 냈던
그 약속들 다 잊어줘
서둘러 건망증 환자 되어줘
도려내 버려 우리 추억 덩어리
아물면 그 안에 살이 차오를 거야
가끔 만지면 둔탁한
새 살이 더 좋을 거야
딱딱히 굳은 맘으로 잘 살아줘

굳은 맘으로 잘 살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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