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는
오늘도 꿈을 꾸네
햇살 깊고
아름다운 어느 가을날
다홍빛 보암직한
불그레 먹음직한
열매를 가득 안고
할머니 품으로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었는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언제나 그랬듯이
그 자리를 지키며
감나무는 오늘도
여전히 꿈을 꾸네
음
어쩌다 하얀 상처로
잎이 덮히고
햇살 핑계에
할머니 주름이 깊어지면
감나무는
그 하얀 상처로 햇살을
덮고 품고 찡긋 웃네
어느새 상처투성인
작은 아이는
오롯이 다홍빛을 입고
할머니 품에 안겨
주름 속 고운
얼굴에 미소가
차고 넘쳐 춤을 추네
길었던 음
햇살이 지나가고
저녁 바람소리와
함께 내리네
이렇게 또 하루가
어느새 또 계절이
저물어 지나가도
감나무는 내일도 꿈을
서른 다섯 감나무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