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진첩

이율구
낡은 서랍장 구석에서 찾아냈다네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던)
가족사진첩
엄마 아버지 누나들 젊어 보이네
(낯설어서 오히려 그리운)
모습들
가끔씩 나는 그 때 기억 떠올리네
(웃음소리 넘쳐났던)
정다운 시절
작은 집 답답할 새 없이 즐거웠다네
가난했지만 언제나 웃었다네
언제인지 모르게
모두 흩어져서 살았네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
연락 뜸한 나의 형제들
희미해진 우리 추억들을
그리워 불러만 본다 그리워 바라만 본다
이 사진들엔 봄 여름가을겨울
(우리 가족의 추억이)
진하게 배어 있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바라본 다음에는
즐거울 땐 더 즐겁고
슬픔은 없어
마법처럼 날 따스하게 위로하네
언제인지 모르게
모두 흩어져서 살았네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
연락 뜸한 나의 형제들
희미해진 우리 추억들을
그리워 불러만 본다 그리워
(그러면 어느새 그 시절의 추억이 내 뺨의 눈물을 닦아준다)
그러면 그 시절 추억이 다가와서
내 뺨의 눈물을 닦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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