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

정태춘

창문을 열고 음~ 내다봐요
저 높은 곳에 구름 한 웅큼 흘러가며
당신의 부푼 가슴으로 불어오는
맑은 한줄기 산들 바람
살며시 눈 감고 들어봐요
먼 대지 위를 달리는 사나운 말처럼
당신의 고요한 가슴으로 닥쳐오는
숨가쁜 사연의 생명의 소리

누가 내게 따뜻한 사랑 건네 주리오
내 작은 가슴을 달래 주리오
누가 내게 생명의 장단을 쳐 주리오
그 장단에 춤추게 하리오

* 나는 자연의 친구, 생명의 친구
상념 끊이지 않는 사색의 시인이라도 좋겠오
나는 일몰의 고갯길을 넘어가는
고행의 수도승처럼
하늘에 비낀 노을 바라보며
시인의 마을에 밤이 오는 소릴 들을 테요

우산을 접고 비 맞아봐요
하늘은 더욱 가까운 곳으로 다가와서
당신의 울적한 마음에 비 뿌리는
젖은 대기의 애틋한 우수

누가 내게 다가와서 말 건네 주리오
내 작은 손 잡아 주리오
누가 내 위안 돼 주리오
어린 시인의 벗 돼 주리오

* 나는 자연의 친구, 생명의 친구
상념 끊이지 않는 사색의 시인이라도 좋겠오
나는 일몰의 고갯길을 넘어 가는
고행의 수도승처럼
하늘에 비낀 노을 바라보며
시인의 마을에 밤이 오는 소릴 들을 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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