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고시원 앞에
어린 내가 서있네
창문도 없는 제일 싼 방 얻고
등록금 내고 나니
밥 먹을 돈도 없어서
고시원 오는길 내 꿈이 슬퍼서
서른 셋의 대학 생활 뒷풀이 자리에
어디 사냐고 묻는 동기들 앞에
고시원 말 못하고
압구정 산다 했더니
부르조아라 부러워하네
바보같은 난 초라한 마음에
동기들이 부자형이 계산하란 농담에
얼굴 빨개진 빈주머니
제대 후에 택시 운전
오래했단 얘기에
부산에서 제일 유명한 기사 식당
어디냐고 물어보는 동료들 질문 앞에
잘 모른다 애써 웃음만
돈 아끼려고 식당엔 못가고
빵과 우유로 끼니를 때우던
이십대 어린 나에게
따뜻한 밥 한끼 사주고 싶다
시간은 흘러 지금의 내 모습과
주위의 사람들 기적과도 같지만
오 내 가슴 한구석의 허전한
이 마음은 나의 교만한 욕심일까
모두 지나가더라 꿈만이 남더라
다시 찾아온 압구정
고시원 건물 앞에 서서
난 또 다른 멋진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