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여 심봉사
아무런 줄 모르고
여보 마누라
사람이 병든다고 다 죽을까
내 의가에 가 약지어 올테니
부디 안심허소
심봉사 급한 마음
의가에 빨리가
약을 지어 돌아와
수일승 전반연용
받쳐 들고 방으로 들어와
여보 마누라
일어나 약 자시오
이 약 자시면 곧 즉효헌답디다
아무리 부른들
죽은 사람이
대답헐리가 있것느냐
허허 식음을 전폐하였더니
기허여 이러는가
양팔에 힘을 주어
일으키랴 만져보니
허리는 뻣뻣허고
수족은 늘어져
콧궁기 찬짐나니
그제야 죽은 줄 알고
심봉사가 뛰고 미치는디
설움이라 허는 것이
어지간해야
울음도 나오고 눈물도 나오지
설움이 안암에 차 놓면
울도 못허고
뛰고 미치는 법이었다
심봉사 기절허여
섰다 절컥 주잖으며
들었던 약 그릇을
방바닥으다 미닿치고
아이고 마누라
이것이 왠일이여
허어 약 지러 갔다오니
그새어 죽었네
병불능 살인이요
약능활인이라더니
약이 도리어 원수라
죽을 줄 알았으면
약지러도 가지 말고
마누라 곁에 앉어
서천서역 연화세계
환생차로 진언 외고
염불이나 허여줄걸
절통허고 분하여라
가삼 쾅쾅 뚜다려
목 제비질을 떨컥 내려
둥굴 치둥굴며
아이고 마누라
저걸 두고 죽단 말이요
동지 섣달 설한풍에
무얼 입혀 길러내며
뉘젖 먹여 길러낼거나
꽃도 졌다 다시 피고
해도 졌다 돋건마는
마누라 한번 가면
어느년 어느때
어느 시절에 오려나
삼천벽도 요지연으
서왕모를 따라가
황능묘 이비함끄
회포말을 하러가
천상에 죄를 짖고
공을 닦으러 올라가
나는 뉘를 따라 갈거나
밖으로 우루루 나가더니
마당에 엎드러져
아이고 동네 사람들
차소에 계집 추는 놈은
미친놈이라 허였으나
현철허고 얌전한
우리 곽씨 죽었소
방으로 더듬더듬
더듬더듬 들어와
마누라 목을 덜컥 안고
낯을 대고 문지르며
아이고 마누라
재담으로 이러제
농담으로 이러는가
아이고 이 일을 어쩔거나
내 신세를 어쩌랴고
이 지경이 왠일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