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엔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든다는게
수염이 자라는건줄 알았네
헌데 계절의 흐름이
몸으로 와닿는게
고집대로만
할 수 없다는 걸 알아가
좋아하는 음식이 바뀌고
술이 마냥 즐겁지 않아
보고싶은 사람은
점점 쌓이고
좋아하던 일은 잠시동안
어쩌면 계속 잊겠지
가슴 속 빈 자리는 항상 차네
떠나갈 시간의 덧없음을 알게 된 뒤엔
상처받을 마음조차 이젠 닳아 없어져
벚꽃과 햇볕 낙엽과 눈을
아직 느낄수 있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며 일 년을 더 쌓아
머물던 감성은 흩어지고
저려왔던 추억은
차마 지금에 적응 못 해 다 흐려지고
남아있던 걱정은
가시지 않은 채 계속 떠올라
눈처럼 내려 가슴에 눌러앉겠지
떠오른 구름은 하늘 위를 깜깜하게 덮어
내린 아픔은 녹지 않고 굳어있겠지만
다가올 새 봄은 그 상처를
녹여주길 바라는 마음에
그저 시간이 가길
겨울을 매듭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