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김태균

손에 쥔 전화기가 어느새 차갑네
유리에 비친 내 얼굴이 새빨갛네
세상한테 화가 난 채
잠 못든채 같은 책상 앞에
십 년이 지났어도 내 자린 똑같애
고함 소리가 울려 퍼지네 방문밖에
돈은 마치 모세 같지
너와 나 사이도 물 같았지
오늘은 제발 넘어가길 빌었는데
난 사실 집에 돌아오기 싫었는데
조용히 방문을 잠근 뒤에
자리에 앉았지 주먹을 꽉 쥔 채

지금 여기 앉아있는 건
어떤 열등감 때문이지
그건 내게 삿대질해대는
다른 랩퍼들이지
자 화를 쏟아내 글 안에
담아내야만 해 음악 안에
전혀 들어있지 않아
긍정이나 희망 같은 얘기
도대체 왜 따라 하지 다들
따라 하기 전에 따라잡아
아무도 몰라봐
모두가 다 변했잖아
그저 아는 사람 얘기잖아
돈은 정해주지 않아
랩퍼 서로 간의 우위
난 준비됐기에 준비해
'Green Ideology'
가사를 써 내리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내게 불안함 아무 고민도
없다는 듯이 한참 지껄이고
소리 지르고 싶지만
잠을 자는 척 숨기지 난
방문 밖의 얼음 같은 분위기가
너무 무섭지 난

난 어릴 적 모습 그대로같애
언제나 문을 잠궈 놨네
방문 밖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니
울리네 거실에 조용한 흐느낌이
어떤 뜨거운 액체가 흐르는 게 느껴지네
눈과 심장 또 내 발밑에
발밑엔 강아지가 떨고 있네
자리에서 일어났지 주먹을 꽉 쥔 채

개 오줌이나 닦고 있는
내 모습에 질려서
내가 낼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해 주먹을 내질렀어
아직 분이 안 풀려 벽에다
던지고 소리 질렀어
베리가 내게 살려 달라는 듯
이 비명을 질렀어
아무도 없는 방안에선
정의로운 척 따위 안 해
착하지 않아 난 악해
강하지 않아 나약해
강자 앞에서만 약하고
약자 앞에서야만 난 강해
내가 음악에서 얘기하던
모습은 가짜지 정반대
악마가 내게 들어왔네
악마가 베리 눈 안에
아빠한테서 용암 같은
피를 물려받은 것 같애
입술을 핥네 베리는 천사네
이제서야 내가 방문을
닫아놓은 게 생각이 났네
미안해
미안해 학대해서 사실
문제는 나한테 있어?
너와 헤어진 것마저도
난 베리를 탓했어
그녀와 헤어지기 전에
음악을 만나기 전에
학교에 가면 친구가
내게도 존재하던 시절에
시간을 돌리고 싶어 행복하지 않네
내 몸을 던지고 싶어 본
창밖에 해가 떴네 환하게
새빨갛게 나 자신한테 화가 난 채
잠 못 든 채 같은 책상 앞에

늘 똑같은 책상 앞에
늘 똑같은 책상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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