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도 자라지 않은 아이

김영규

난 널 돌볼 수가 없지
한 치도 자라지
않은 아이
그냥 찬물에
발 담그고 놀자
난 널 떠날 수도 없지
한 치도 자라지
않은 아이
그냥 찬물에
발 담그고 놀자
즐겁던 친구들
떠나보내고
안녕 못내 돌아선 아이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는
잠긴 문 앞에서 울다
지금까지
한 치도 자라지
않은 아이
난 널 돌볼 수가 없지
그냥 찬물에
발 담그고 놀자
난 널 떠날 수도 없지
한 치도 자라지
않은 아이
그냥 찬물에
발 담그고 놀자
양손에 형아 손
누나 손 잡고
골목골목 사일 누비다
커다란 아빠 등
무등을 타고
서울 구경을 떠나다
지금까지
한 치도 자라지
않은 아이
난 널 떠날 수도 없지
그냥 찬물에
발 담그고 놀자
그냥 찬물에
발 담그고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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