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일그레이

잡아야만 했었지
그래야 내가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때는 그렇게 될 것도 같아서
자신은 없어도 후회하진 않게
난 늘 내일을 꿈꿀 때
넌 오늘의 짐들에 무겁게 짓눌려
난 뜬구름 위를 높이 날고
넌 현실의 바닥에 웅크려
그렇게 우리의 기대는 시야가
전혀 다르고
난 한여름을 달릴 때
넌 한겨울 어딘가에 얼어 버려서
그렇게 부딪히고 맞서다
다른 체온을 견디지 못하고
지독한 감기에 걸린 듯
그렇게 몇 날을 앓고
내 강물은 흘러서
너에게로 모두 남김 없이 쏟아져
난 바닥이 말라 갈리지고
넌 부담의 홍수에 휩쓸려
깎아진 마음 모레처럼
한 켠에 쌓여만 가서
놓아야만 하겠지 그래야
내가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결국엔 이렇게 갈수록
아프게 밉도록 힘들게 안하니만 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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