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관두고
나에게 맞지 않는 일은
앞으로 할 수
없겠다는 생각으로
몇 밤을 더 보내고
난 뒤
처음으로 구한
내 작업실
같은 길을 걷는
동료도 없이
태어날 때처럼
여전히 혼자야 역시
짐을 정리하고
사기로 한
중고 마이크
거래하러 가는 길
마치 음악 처음
시작하던 느낌
월세와 맞먹는
돈을 지불하고
돌아오는 숭실대입구역
지하철이
들어오는 소리에
서둘러 내려가는 계단
서로 껴안고 있는
한 커플이 보여
뭔가 낯이 익은 얼굴
눈이 마주쳐
다름 아닌 새
남친을 사귄다는 너
난 모른 체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왠지 모를
분노와 배신감
가시밭길이 있다면
그 계단이었을까
들려있는 마이크박스
왜이리도 처량해질까
랩퍼를 사랑할 땐
너는 조금 외로울
수 있겠지만
랩퍼가 사랑할 땐
너 하나만을
바라보는 바보야
너는 내가 랩을
그만하길 바랬었지
근데 나는 세상에서
이게 제일 좋아 어쩌지
무대에서 봤던
내가 가장 멋있다며
웃기지 않아 랩을
안 했으면
우린 만나지도
못했을거라고
나도 알어 넌
그저 평범한 여자란걸
남들처럼 직장
다니면 안 되는거냐고
근데 생각해봐
내가 머릴 기르고
넥타이 매는 모습을
물론 하면 할 수 있겠지
근데 정말 나답지 않아
껍데기 같은 삶
결국엔 연어처럼 되돌아
올거야 이 무대 위
이게 문제니
왜 넌 내가 사랑하는
것을 사랑해주지 못하지
있을 수 없나봐
네 옆에 랩퍼라는 직업은
널 행복하게 해줄 기적은
아직 일어나지 않아서
떠나갔니 그쪽으로
붙잡지 않을게
그리워해 흔적으로
랩퍼를 사랑할 땐
너는 조금 외로울
수 있겠지만
랩퍼가 사랑할 땐
너 하나만을
바라보는 바보야
힙합이 좋아
아니면 내가 좋아
유치한 질문
네가 느꼈었던 질투
힙합만큼 널
사랑해주지
못 한게 내 실수
랩 할 때 가장 행복해
근데 네 옆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만날 때마다
써달라던
네 노래
이렇게 부르게
되서 미안해
내가 성공하길
바란댔지
난 성공하면
네가 돌아오기를
바랄게
랩퍼를 사랑할 땐
너는 조금 외로울
수 있겠지만
랩퍼가 사랑할 땐
너 하나만을
바라보는 바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