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단몇마름

박은옥

시집올 때 가져온 양단 몇 마름
옷장 속 깊이깊이 모셔두고서
생각나면 꺼내서
만져만 보고 펼쳐만 보고 둘러만 보고
석삼년이 가도록 그러다가
늙어지면 두고 갈 것 생각 못하고
만져보고 펼쳐보고 둘러만 보고

시집올 때 가져온 꽃신 한 켤레
고리짝 깊이깊이 모셔두고서
생각나면 꺼내서
만져만 보고 쳐다만 보고 닦아도 보고
석삼년이 가도록 그러다가
늙어지면 두고 갈 것 생각 못하고
만져보고 쳐다보고 닦아만 보고
만져보고 펼쳐보고 둘러만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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