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나 PartⅠ

넥스트


난 창공을 날으는 새처럼 살 거라고 생각했다
내 두 발로 대지를 박차고 날아 올라
내 날개 밑으로 스치는 바람 사이로 세상을 보리라 맹세했다

내 남자로서의 생의 시작은 내 턱 밑의 수염이 나면서가 아니라
내 야망이 내 자유가 꿈틀거림을 느끼면서 이미 시작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저기 걸어가는 사람을 보라 나의 아버지 혹은 당신의 아버지인가
가족에게 소외 받고 돈 벌어 오는 자의 비애와 거대한 짐승의
시체처럼 껍질만 남은 권위의 이름을 짊어지고 비틀거린다
집안 어느 곳에서도 지금 그가 앉아 쉴 자리는 없다
이제 더 이상 그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내와 다 커버린 자식들
앞에서 무너져 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한 남은 방법이란
침묵뿐이다

우리의 아버지들은 아직 수줍다 그들은 다정하게 뺨을 부비며
말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었다 그를 흉보던 그 모든 일들을
이제 내가 하고 있다

스폰지에 잉크가 스며들 듯 그의 모습을 닮아 가는 나를 보며
이미 내가 어른들의 나이가 되었음을 느낀다 그러나 처음 둥지를
떠나는 어린 새처럼 나는 아직도 모든 것이 두렵다

언젠가 내가 가장이 된다는 것 내 아이들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무섭다 이제야 그 의미를 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그 두려움을 말해선 안 된다는 것이 가장 무섭다
이제 당신이 자유롭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나 였음을 알 것 같다

이제 나는 당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랜 후에 당신이 간 뒤에 내 아들을 바라보게 될 쯤에야
이루어질까 오늘 밤 나는 몇 년 만에 골목길을 따라 당신을
마중 나갈 것이다 할 말은 길어진 그림자 뒤로 묻어둔 채 우리
두 사람은 세월 속으로 같이 걸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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