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

전은진

얼마나 나는 기다려야만
하는지
야속한 바람도 대답 없이
떠나가고
내일이라고 정말 내일일
거라고
길고 긴 하루를 버티고 또
버텼지만
무엇을 기다리는지 그것마저
이젠 다 잊었나 봐요
시간은 그저 끝도 없이
되풀이되는 영원한 감옥일
뿐이죠
단 한 걸음도 내가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면
어서 내 이름을 불러
이곳에서 날 꺼내 줘요
더 늦기 전에 내 곁으로
돌아와요
돌아오기엔 너무 멀리
가 버려서
이젠 내 목소리 더는 듣지
못하나요
처음 걷는 길 낯선 거리를
헤매다
길을 잃었나요 그댄 지금 어디
있나요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것마저
어느새 다 잊었나요
기억은 그저 쉴새없이 나를
할퀴는 끔찍한 악몽일 뿐이죠
단 한 순간도 나는 그대를
잊은 적이 없으니
어깨를 힘껏 흔들어 이 꿈에서
날 깨워 줘요
더 늦기 전에 내 이름을
어떤 날들을 견뎌왔는지
언젠가 그대에게 들려
줄 수 있게
내가 얼마만큼 자랐는지
그대에게 보여 줄 수 있게
시간은 그저 끝도 없이
되풀이되는 영원한 감옥일
뿐이죠
단 한 걸음도 내가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면
어서 내 이름을 불러 이곳에서
날 꺼내 줘요
다 잊기 전에 내 곁으로
돌아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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