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오후의 꿈

브런치 스마일

햇살이 눈에 부셔, 늦은 잠에서 깨,
혹시나 하는 맘에 제일 먼저 메시지와 메일을 봐도
흥, 역시나 내 입가엔 익숙한 쓴 웃음.
어쩌다 전화가 온다 치면, 다단계, 신용대출, 보이스 피싱
난 야근도 할 수 있고 소개팅도 하고픈데,
내게는 언제쯤 봄이 봄이 찾아오려나.
아, 오늘 월세에 공과금
날 어딘가 데려다 줄 마법 같은 주문이 있음 좋겠네.
베타, 알파, 세타

멋쟁이 패션으로 출근을 하고, 설레는 맘으로
PT도 해보고 노을 진 가로수길 데이트도 하네.
빨간색 스포츠카 지붕을 열고, 흰구름 닿을 듯,
바람을 가르며, 모두가 가고파 하는
그 길 위를 달리네.

난 가끔씩 나의 꿈이 아닌
다른 이의 꿈을 쫓는 건 아닌지 궁금해져.
저 별들은 오늘도 어두운 밤 기다려,
낮부터 꿈꾸던 빛을 품는다.

멋쟁이 패션으로 출근을 하고, 설레는 맘으로
PT도 해보고 노을 진 가로수길 데이트도 하네.
흰구름 닿을 듯이 바람을 달리다,
문득 어디로 가고 있는 지 나에게 되물어본다.
학생 학생 오늘 밀린 월세 월세
어디선가 들려오는 낯익은 집주인 아저씨 목소리
세타 알파 베타

긴 햇살이 머물고 간 좁다란 쪽창문 옆에
한번도 입지 않은 어머니가 사다 주신 정장이 보여.
올해는 꼭 저 옷 입고 첫 출근을 하고픈데,
내게는 언제쯤 봄이 봄이 찾아오려나.
아, 밤 하늘 반짝이는 별빛 달빛
흰구름도 못 가본
저 알 수 없는 세상으로 가 볼 테야. 꿈을 꿀 거야.
베타 베타, 알파 알파, 감마 감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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