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투개월
등록자 : 낙타


집에 오는 길은 때론 너무 길어 나는 더욱더 지치곤 해
문을 열자마자 잠이 들었다가 깨면 아무도 없어

좁은 욕조 속에 몸을 뉘었을때 작은 달팽이 한 마리가
내게로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줬어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갈거라고 음~

아무도 못봤지만 기억 속 어딘가
들리는 파도소리 따라서
나는 영원히 갈래

모두 어딘가로 차를 달리는 길 나는 모퉁이 가게에서
담배 한 개비와 녹는 아이스크림 들고 길로 나섰어
해는 높이 떠서 나를 찌르는데 작은 달팽이 한마리가
어느새 다가와 내게 인사하고 노랠 흥얼거렸어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갈거라고 음~

아무도 못봤지만 기억 속 어딘가
들리는 파도소리 따라서
나는 영원히 갈래

내 모든걸 받쳤지만 이제 모두 푸른연기처럼 산산히 흩어지고
내가 남아있는 작은 힘을 다해 마지막 꿈속에서
모두잊게 모두잊게 해줄 바다를 건널꺼야

언젠가 (언젠가) 먼 훗날에 (먼훗날에)
저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갈거라고 음~

아무도 못봤지만 기억 속 어딘가
들리는 파도소리 따라서
나는 영원히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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