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와수박

박승화


할아버지 그 하얀
수염 쓰다듬으신 언제나
이웃 복덕방에
내기 장기 두러 나가셨지
해질 무렵 콧노래를
흥얼거리시고 큰 기침하고
집으로 돌아오시던 그 날
아마 내기 장기에서
또 이기셨나봐
시원한 큰 수박을
양손에 들고 오시네
웃는 빨간 얼굴에
그 하얀 수염
울 할아버지 생각나네
울 할아버지
울 할아버지 보고싶어
울 할아버지
울 할아버지 나의 친구
울 할아버지
울 할아버지 그리고 파란 수박
코가 찡하도록 생각나네

할아버지 그 하얀
수염 쓰다듬으신 언제나
이웃 복덕방에
내기 장기 두러 나가셨지
해질 무렵 콧노래를 흥얼거리시고
큰 기침하고
집으로 돌아오시던 그 날
나는 즐거워하네
수박도 너무 크네
너무 잘 익었네 나는 기뻐하네
그런 나를
따뜻한 눈길로 어루만져주던
울 할아버지 생각나네
울 할아버지
울 할아버지 보고싶어
울 할아버지
울 할아버지 나의 친구
울 할아버지
울 할아버지 그리고 파란 수박
코가 찡하도록 생각나네
코가 찡하도록 생각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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