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서 (시인: 추영수)

장유진


★*… 기 도 서
-추 영수   시

1
주여,
바우 옆에 꿇어 앉아
바우로 굳는 저는 무엇이옵니까?

겨울 나뭇가지 옆에 끼여
생명 잃은 나뭇가지로
바람에 시달리는, 저는 또 무엇이옵니까?

주여,
빛 바랜 잔디위에 엎드려
나를 모르는, 저는 또 무엇이옵니까?

2
주여,
오늘도 저는
생선가게 좌판 위에서
토막친 생선이 되어 누워있었습니다.

오늘도 전
고삐 매인 염소새끼가 되어
몰잇군의 뒤를 따랏습니다.
오늘도 전 무거운 짐을 이고 땀흘리며 가는
박물장수의 등에 업힌 애기가 되었습니다

3
주여,
수없이 병들어 죽는 저를 보았습니다
수없이 달리는 차와 함께 딩구는 저를 보았습니다
수없이 검은 손을 흔들어
간교히 제 목숨만 빠져나가는
저를 보았습니다
주여
저의 참 영혼을 불러주시옵소서
저의 참 영혼을 보게하여 주시옵소서

4
이제 내 먼 길 떠나 어느 만큼이나 왔습니까?

설움이 흘러 넘칠세라
내 항아리 싸안을 노을빛 마음자락은
얼마만큼 익어가고 있습니까?

돌팔매 던져도 감싸안고
잔잔히 흐르던 강물은 또 어디만큼 흘러갔습니까?

이제금
외줄에 매달린 광대인양 흐느껴도
목숨은 아직도 다하지 않았습니까?
울음 그친 하능이 저만큼 물러서선
또 무엇을 기다리고 있습니까?

5
주여,
비워 주시옵소서,
당신의 빛항아리 만큼이나 온전히 비게하여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당신을 뵙게하여 주시옵고 당신을 담게 하여 주시옵고
당신에 물들게 하여 주시옵고 당신을 노래하게 하여 주시옵고

그리하여 참 나를 보여 주시옵고
그리하여 참 내 여정을 짐작케 하여 주시옵고

6
주여,
창밖
마른 나뭇가지가
하느님 은총으로 물기를 되찾듯
메마른 내 영혼에 생수를 내려주시옵소서

겨울 나뭇가지에 매달려
감동이 말라버린 생명 잃은 고엽(枯葉) 이외다
관속에 안이(安易)로 눈 감은 시신(屍身)이외다

주여
오뇌하게 하시옵소서
이 평안에 꽃방석에서
바늘 방석의 고행을 절감케 하시옵고
근시의 백태를 베껴 눈뜨게 하시옵소서

내 이웃의 설움을 함께 나누고
내 이웃의 안녕을 진심으로 기뻐하게 하옵소서

주여
육교 위에 엎디어
나를 향해 벌리는
때묻은 손목을 잡고
애통하는 순수를 주시옵소서

찢어지는 가슴을 주시옵고
각혈로 흘려버리는 내 피를 나누어 갖는
끓는 가슴을 주시옵소서

우리들 마음 바닥에 깔려있는
동정을랑 거두어 주시옵소서

주여
진심으로 내가
네가 될 수 있고
또 네가
내가 될 수 있는
본래의 나를
되찾게 하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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