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사또께서 영창문을 비긋이 열고 내다보시더니,
“오, 그것 옹골지게 생겼다. 볕이 뜨거우니 올라오너라.”
춘향이 올라가 아미를 숙이고 요만허고 서 있으니,
“게 앉거라. 과연 듣던 말과 같다. 명불허전이로다. 네가 이 서방을 위하여 수절한다지? 그것 참 가소로운 일이다. 그 양반 가신 후 너 같은 미색을 그냥 두었을 리 있겠느냐? 응당 애부가 있을테니 관속이냐 건달이냐? 어려이 생각말고 바른대로 말해라.”
[중중모리]
춘향이 여짜오되,
“기생의 자식이오나 기안의 착명 않고 여염생장 허옵더니, 구관댁 도련님이 연소허신 풍정으로 소녀 집을 찾어와서 서상가약 간청허여 백년을 받들기로 단단 맹세 허였사오니, 관속 건달 애부 말씀 소녀게는 당치않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