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핀 꽃처럼
나는 지금 피는 꽃이라
열매없이 가는 가을 꽃은
피다만 것처럼 보이지만
새벽 흰서리 속 꽃잎은
숨죽여 속삭이지
봄에 피는 꽃이 설렘이라면
가을에 핀 꽃은 위로라면서
지금까지 지나온 시간을
기억하라고 추억하라고
들길에 핀 꽃처럼
나는 보기 흔한 꽃이라
이름없이 살다 간 들꽃은
아무도 모르게 져가지만
가을 찬 바람이 불어와
마음껏 흔날리지
불리 우는 꽃엔 의미가 있지만
이름 없는 들꽃도 꽃이라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을
기억한다고 추억한다고
열매없이 가는 가을꽃은
미련없이 후울후울
바람에 흔날리며
누군가에 맘속에
위로를 주고
소리없이 남김없이
저물어가네
봄에 피는 꽃이 기쁨이라면
가을에 핀 꽃은 슬픔일지도
내게있던 모든 순간을
기억한다고 추억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