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 보니 내 손에 쥐어 쥔 마이크 주위로는
나를 둘러싼 이들의 함성이 내 귀를 덮치고는
나는 랩으로 응답을 하고 있네 손을 쭉 뻗치고는
그게 여기 오늘까지 내가 랩하는 이유
돈벌이로는 택도 안되는 돈이지만 난 듣고 싶어
꿈이라는 단어가 내 안에서는 그저 죽어있던
줄로만 늘 알았지 나를 향한 소리들이 들리기 전
공놀이만 좋아했던 유년 시절
성공하기 어렵다는 말에
시작도 전에 접어버린 축구 선수의 꿈
교과서를 펼치면 낙서 학원을 가도 난 맨 끝
암산이 안돼 손가락을 접고 피는 돌 대가리
그래도 나와 놀던 온 세상이
교복을 맞춤과 동시에 사라져 하나 둘
전부 입시 공부에 휩쓸려도 나는 없지 안중
시간이 가길만 바랄 뿐 관심사는 방과 후
Yepp에 넣는 epik high, eminem
공부방을 가도 집중하는 건 이어폰에 음악뿐
그렇게 시작하게 된 게 내 첫 악수
그 뒤에 가사를 바꿔댄 게 아마 나의 첫 발자국
다음 몽타주 고등학교에 입학 후
바로 만난 동아리 bgm은
단순한 우연일까 아님 신의 선물일까
가사를 적고 뱉고 연습해 난 하루 종일 카피 랩
순수한 재미 뒤에 원동력은 저 손가락질에
난 희열을 챙기지 검지에서 엄지로 다 바뀔 때
웃어주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지만
yeah i made it man
쟤네 이어폰에는 사랑하고 울고 짜는 노래
내 귓속엔 K.Dot, bad ass, Hi-Lite, Q, Dok2
삶을 노래해
축구와는 절대 같지 않아 되려 들어오라는 소리에
불가능 속에서 난 힙합으로 암중모색
할 줄 없던 놈 무대 아래 환호에 밤을 또 새가며
연습에 연습 수업 시간엔 되려 잠을 쏟네
고3 수험생 가득한 교실에 담임선생님은
내가 철이 들기를 학수고대했지만
대회 1등에 박수 쳤네
그렇게 자신감 있게 스무 살에 왔고
그 뒤로 믹스테잎이 하나 둘 셋 냈지만 뭐
이메일로 데모를 돌려봐도 반응 없지 하나도
시간을 끌었지만 결국 군복으로 갈아입지 환복
허나 매번 가평에서 점프 망원 작업실에 있네
피래미 새끼 국방부 시계 밑에 깔려도 쉽게
안 지네 헤엄쳐 싸지방, 행정반 그게 어디든
가사를 적고 피시방에선 게임 대신에 믹스해
근데 희망을 품어도 복귀하는 itx 위에
시골로 바뀌는 풍경은 괜히 또 허탈해지네
그건 몇 년 뒤에도 마찬가지 전역 후 살아남기
아무도 없는 화성 공장에서 꿈을 잡으려 발악하지
주말이면 빠짐없이 올라갔던 망원
가방에 옷과 장비들을 챙겨 출발하지 화성
8156번 버스 2호선 사당에서 합정
갈아타서 도착하면 어깨엔 빨간 선이 남아있어
자신에 대한 연민은 작업으로 해소가 되지만
잡힐 듯 안 잡히는 저 꿈과 지나가 버린 내 시간
마주하면 짜증과 실망뿐
해소 못한 스트레스와 장비를 챙겨
다시 돌아갈 시간 끝
내 눈에 검게 물든 한강물에 비친 불빛
돌아갈 사당역에선 사람들 사이에 낑긴듯이
내일을 이미 준비하는 잠이 든 이 공장 단지안에
난 고개를 푹 숙이고서 들어와 조심히 눕지
그렇게 돈은 쌓여도 난 버텼지 전세집을 위해
여기서 마지막으로 편히 음악 할 내 2년을 위해
근데 귓가엔 나를 향한 함성들은 잊혀져만 가네
그 함성에 귀가 먹은채로 이 빌어먹을 꿈이 생겼는데
꿈은 달리는 과정에서 제일 행복한 거라고
씨_ 어디 허무함을 이뤄내고서 말을 해
버텨왔지 얼어붙은 옥탑방에서 생활관
기숙사 버스 안에서 기도하듯 가살 써왔네
그렇게 붙잡아서 왔지 떨어질듯해도
피곤이 나의 발을 붙잡고서 포기하라 해도
그렇게 나를 살렸던 음악이지만 이제 난 힘겨워
생의 마감을 본 저 별처럼
난 마지막으로 빛을 내 힘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