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 없는 긴 소나기가 내리면
우산이 없는 척 비를 맞고 가곤 해
잠깐 마주친 너의 눈빛을 생각
나는 그때 또 어떤 맘이었는지
빗속에서 춤추면서
몇 분 늦은 택시를 기다려
빗방울 속 너의 잘 가란 인사에
넘어질 뻔했어
창밖을 훑고 볼륨을 93에 맞추고
비바람에 실려 가는 저기 못다 한 이야기들
한 칸만큼 빼고 내 세상을 채워서
남은 빈 한 칸은 당신의 마음에서
짙은 구름이 하늘을 밀어내면
언제 그랬단 듯 좀 더 억세게 내리네
얼마나 돼야 이 비가 그치려나
너는 지금쯤 어떤 맘이겠는지
회색빛 하늘이 녹아서
전부 땅에 떨어지고 있어
너의 미소를 더 떠올릴 수 없어서
괜히 아쉬워
창밖을 훑고 볼륨을 93에 맞추고
비바람에 실려 가는 저기 못다 한 이야기들
한 칸만큼 빼고 내 세상을 채워서
남은 빈 한 칸은 당신의 마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