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을 그대로 덮고
아침에 잠을 깨고
샤월 하고 나와선
부르르 떨게 될 때
더워 죽겠단 말도
더는 않게 될 때
오오 나는 눈앞에 성큼 다가온
가을을 목격해
여전히 파란 하늘도
가득 찬 잎새들도
아직 뜨거운 태양까지도
변한 건 별로 없는데
그렇게 바라던 가을은 왜
어딘가 서러운 걸까
찬 바람이 무심히 나를 훑으면
텅 비어버리네
모두들 자라날 때에
계절은 어디로 갈까
한 번도 같지 않았던 낙엽 속에
난 아직 어리고
자꾸 눈이 부시고
하늘은 시리게 맑고
한없이 깊어만 가는 계절 속에
나 여전히 말해
그렇게 바라던 가을은 왜
이렇게 서러운 걸까
찬 바람이 무심히 나를 훑으면
난 텅 비어버린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