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치 올라서서
좌우 산천을 둘러보니,
산도 옛 보든 산이요,
물도 옛 보든 녹수로구나.
광한루 높은 난간
풍월 짓든 곳이로구나.
화림의 저 건네는
추천 미색이 어데를 갔느냐?
춤추는 호접들은
가는 봄빛을 애끼난 듯,
벗 부르는 저 꾀꼬리는
객으 수심을 자어낸다.
황혼을 승시허여
춘향 문전을 당도허니,
행랑은 찌그러지고 몸채만 남었는듸,
대문은, 내 손으로 써붙인 부벽서,
충성 ‘충’자를 붙였더니
가운데 ‘중’자는 바람에 떨어지고
마음 ‘심’자만 뚜렷이 남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