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 (feat. 서연우)

PROJECT WI-BRO
앨범 : 노래없음
작사 : 노상욱
작곡 : 노상욱, 김서웅
편곡 : 노상욱, 장민우, 김서웅, 최서원, 윤서현

시기가 도래하였으니 꽃이 피는 것은 당연한 순리이며
인간이 개입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이다
나무는 그 한철의 꽃잎을 틔우기 위해
수개월의 양분을 비축해야만 하는
외로운 인내를 감내해야 했다
그렇다
그것은 날씨와 때만을 알려준 대자연의 명령에
온전히 복종하는 나무의 작품이자 자식이었고
그것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것 또한
나무가 가진 권능이자 권한일 것이다
즉, 책임을 다한 자가 포상을 가져가는
지독한 자본주의와도 맞물리는 아이러니한
자연만물의 온상이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나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개미가 그러했고, 벌이 그러했으며,
이 세상 모든 생물의 원천이 되는 자그마한 풀 한 포기들도 그러했다
그리고 이것은
그 어떤 누구도 자신의 품을 들이지 않고는
혹독한 겨울을 견뎌낼 든든한 포만감과
덥혀진 안식처를 가질 자격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그런 섭리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드는
아주 기괴한 생명체가 있다
그들은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 칭한다
참으로 오만하고 가소롭기 짝이 없는 행태이나
당장 그들을 면전에 꾸짖는 존재들이 없기에
그들은 멈추지 않는 시간 속에서
그것이 당연하다 여기며 살아왔을 것이다
물론 나무는 이들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나무는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위해
주위를 돌아보지 않고 그저 묵묵히
자신의 일만을 해나갈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모두 나무의 것이어야 한다
지금까지 풀어냈듯 말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결과물은 나무의 수확이 아닌 것인가
나무는 무슨 죄를 지었기에,
당신의 자식이 낯선 이방인의 눈요깃거리로 전락하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하는 것인가
나무는 분노했고, 분노했고, 또 분노했지만
조물주가 태초에 창조하기를
대지의 사랑을 가득 받고 자라길 바랐으니
대지는 나무의 다리를 붙잡아 놓아주질 않았고
나무는 소리없이 울며 그저 구경거리가 되어버린
자신의 자식들을 눈물처럼 흘려보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으리라
오만한 자들은 눈물의 색채가 연분홍이기에
그저 아름답다 여길뿐,
작은 연분홍을 갈라 속내를 들여다보면
검붉은 응어리만 담겨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무지의 원죄
찰나의 유희
화창한 설움
과연 누가 있어 그들을 벌할 것이고
누가 있어 나무를 위할 것인가
눈물의 향연이 맺음을 맞이하고
방자한 그들은 헐벗은 나무를 보며
당신의 슬픔은 아랑곳않고
지나간 세월만 탓하며
헛된 가치에 무게를 둔
자신의 방랑을 알지도 못하게 애써 무시했다
허나, 대지의 사랑은 여전히 한결같고
나무는 지나간 과거를 대지의 유기물로 남겨둔 채
다시금 양분을 모아간다
연분홍이 썩어 바스라진다
바스라진 그것은 가루가 된다
가루는 말랐음에 불구하고 대지를 촉촉히 적신다
충만한 수분
씨앗은 다시금 눈을 떠 세상을 호령할테고
지구의 자전은 그들의 영생을 허락지 않으리
또다시 새하얀 세상
의식주 속에서 생명을 영위하는 그들은
조만간 다가올 벚꽃의 눈물을 기대하며
눈보라가 지나가길 참을테고
아둔한 나무는 재차 자연의 명령에 불복하지 못한다
나무에 꽃이 핀다
그리고 그 꽃은 분명 다시 질 것이다
나무는 그것을 묵묵히 바라만 볼 뿐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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