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햇살에도
그 봄은 아름다웠어
숨죽인 들판 위로
꽃잎은 붉게 피어나
끝없이
긴 밤에도
나를 덮은 건
푸르름이라
비루한 꿈이라도
다시 떠나리라
모든 바람이 멎는 날
그리움이 허락될 그날
거칠 게 없는 마음으로
널 부르리라
행여 이 삶의 끝에서
어쩌면 오지 못할 그날
잠들지 않는 이름으로
널 부르리라
너와 나의
다름이
또 다른
우리의 아픔이라
서로를 겨눈 운명에
눈을 감으리라
모든 바람이 멎는 날
그리움이 허락될 그날
거칠 게 없는 마음으로
널 부르리라
행여 이 삶의 끝에서
어쩌면 오지 못할 그날
잠들지 않는 이름으로
널 부르리라
메마른
나의 바다에
단 한 번 내린
붉은 태양
닿을 수 없는 머나먼 꿈
못 잊으리라
혹여 이 삶의 끝에서
결국 하나가 되는 그날
내 찬란했던 아픔을 다
푸르름이라 부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