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시오 낭자 어딜 그리 가는가
잠시라도 좋으니 멈춰보시게
이 야밤에 여인이 어인 일로
어딜 그리 가는가
달빛 띄워 맑으니 마음도 맑다
그대 물론 나와 같은 마음 아니오
잠시 나와 어디서 얘기 나누세
아무도 없는 곳에
내 사랑이 오래전 출가를 하였다가
이 숲을 잠시 지나갈 일이 생겼는데
숲속에 왠지 모를 우는 소리 나건대
들여다보았다네
"당신은 뉘시길래 야산 자락에서"
"그리도 서글프게 울고 있는 게요"
"내 작은 한 몸 위안 될지 모르오나"
"잠시 기대어 주겠소"
그날 밤 내 아내는 구미호에게
정기를 나눠준 뒤 별이 되었네
그대를 보니 예전 생각이 나오
오늘 밤은 그대가 나를 달래주오
자 옳지 어서 좀 더 들어오시오
취한 듯 어스름해도 두려워 말고
옷자락이 스치내릴 소리 불거져
파르르르 몸이 다 떨려 와도
무얼 그리 놀란 듯이 뚫어져라
돋아내 친 아홉 꼬릴 보는 게요
내 들려준 이야기를 믿은 게요
아아 얼마나 어리석은가
심장이 뚫리듯이 괴로울 테지
배신감에 치가 떨려 이를 갈 테지
속이 뒤틀린 듯 울렁일 테지
아아 하등하고 어리석은 생물이여
오늘 밤도 무탈히 잘 지나갔구나
하룻밤을 만난 내게 정을 못 떼니
다음 나의 양분이 될 이는 누군가
아루루루 콧노래 불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