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다 할 성과 없이
하루를 마무리하고
미지근한 물로 내 몸을 녹여
바닥 위로 누워
잠이 오지 않는 벌
새벽의 냄새가 내 코를 찔러
몸을 숨겨
문득 여러 기억이 피어올라
두 눈을 질끈 감고
과거를 되짚은 다음
내 죄책감에 대해 하나하나
생각해 봤어 시작이 어딜까
맞아 그건 아마도 14년
내가 그 여자를 만나지 않았다면
내가 그때 조금 더 냉정했다면
내가 그때 병원에 발을 들이지 않았더라면
내가 그때 음악을 만나지 않았다면
내가 그때 공부를 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그때 결국 대학교에 안 갔다면
내가 그때 그 동아리를 나갔다면
내가 그때 음악과 친하지 않았다면
내가 그때 학교에 적응을 잘했다면
내가 ____ 와 가깝게 지냈다면
내가 그때 그 선배에게 인사를 깍듯이
해줬다면 아마 전혀 다른 삶을 살며
너네들과 말을 섞을 수 있을까
언젠가부터 나 혼자 다른 곳을 밟아
악마들이 내 팔다릴 전부 휘어 감아
내 죄를 씻는 지옥으로 보내는 길 같아
여긴 anima sola
침묵 속에 피는 혼란
여긴 anima sola
어둡고 깊은 공간
내 경험과 감정을 모두
단어들에 달아 올려보내
자유롭게 하늘 구름 위를 날아
좋았던 기억 힘들었던 기억이 모두 섞여
비가 되어 내려 결국 마르길 빌어
사라지겠지 내가 찍은 발자취
용인에서 안산 내 작업실 또 내 방까지
이제 희미해져 버린 미래의 다짐
허나 영원하리라 내가 뱉은 수 천마디
내 육신과 영혼으로 치를 수만 있다면
이곳은 생각보다 견딜만해 달게 받아
비참했던 10대와 방황의 20대를 지나
나 겨우 깨닳았어 이건 심판을 받는 시간
신이시여 나의 영혼을 거두어 주소서
나의 힘이시여 속히 나를 도우소서
그제서야 나 웃으며 문턱 위를 밟을 수 있을까
모든 것이 멈추는 시간이 오면
여긴 anima sola
침묵 속에 피는 혼란
여긴 anima sola
어둡고 깊은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