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조금 일찍 찾아온 봄이었다.
벚꽃 놀이를 한 번도 가본 적 없다며 귀찮아하는 나를 이끌고 갔던 여의도의 벚꽃 축제에서 나는 너의 가장 환한 웃음을 보았다.
사실 여기저기 다니는 것을 귀찮아하는 내게 벚꽃 축제는 꽃을 보러 수많은 사람이 모이는 내겐 이해하기 힘든 이상한 날들이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 벚꽃 축제를 시작으로 나는 변하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경험하기보다는 가만히 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익숙했던 내가 너와 셀 수 없이 많은 곳들을 가고 많은 것을 경험했다.
언제부터인가는 너보다 내가 더 좋아했던 것 같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그 해도 유독 벚꽃이 일찍 피었던 것 같고 나는 내심 처음으로 벚꽃축제를 기다리고 있었다.
또 한 번 너의 환한 웃음을 기대했던 그날 예보에도 없던 비가 내렸다.
비에 씻겨 벚꽃이 떨어져 있는 거리를 걸으며 조심스레 네가 말했다.
'그만하자.'
왜인지 묻는 내게 너는 '그냥 마음이 식었어.'라는 말이 전부였다.
사실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동안 행복하다고 믿었던 순간들이 어쩌면 나의 바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냥 여느 연인들과 같은 연애의 시작과 끝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는 또 한 번 이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