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형상 가련허다. 쑥대머리 귀신 형용, 적막옥방의 찬 자리에 생각난 것이 임뿐이라. “보고지고, 보고지고. 보고지고. 한양 낭군을 보고지고. 서방님과 정별후로 일장서를 내가 못 봤으니, 부모 봉양 글공부으 겨를이 없어 이러는가? 연이신혼 금슬우지 나를 잊고 이러는가? 계궁항아 추월같이 번뜻이 솟아서 비치고저. 막왕막래 막혔으니 앵무서를 내가 어이 보며, 전전반칙 잠 못 이루니 호접몽을 꿀 수 있나? 손가락에 피를 내어 사정으로 편지허고, 간장의 썩은 눈물로 임의 화상을 그려볼까? 이화일지춘대우로 내 눈물을 뿌렸으니 야우문령단장성에 비만 많이 와도 임의 생각. 녹수부용채련녀와 제롱망채엽의 뽕 따는 여인들도 낭군 생각 일반이나, 날보다는 좋은 팔자. 옥문 밖을 못 나가니 뽕을 따고 연 캐겄나? 내가 만일에 도련님을 못 보고 옥중고혼이 되거드면, 무덤 근처 섰는 나무는 상사목이 될 것이요, 무덤 앞에 있는 돌은 망부석이 될 것이니, 생전사후 이 원통을 알어줄 이가 뉘 있더란 말이냐?” 방성통곡으 울음을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