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이 도련님은 서울로 떠나고, 춘향이 하릴없이 자기 방으로 들어 가는디,
향단으게 붙들리어 자던 침방 들어올 제, 만사가 정황이 없고 촉목상심허는구나. “여보아라, 향단아! 발 걷고 문 닫쳐라. 춘몽이나 이루어서 알뜰헌 도련님을 몽중에나 다시 보자. 예로부터 이르기를, 꿈에 와 보이는 임은 신의 없다 일렀으되, 답답이 그릴진댄 꿈 아니면 어이 보리. 천지 삼겨 사람 나고 사람 삼겨 글자낼 제, 뜻 정 자, 이별 별 자를 어느 누가 내셨던고? 이별 별 자를 내셨거든 뜻 정 자 내잖거나 뜻 정 자 내셨거든 만날 봉 자를 내잖거나. 공방적적대고등허니 바랠 망 자가 염려로구나.”
“행궁견월상심색허니 달만 비쳐도 임의 생각, 야우문령단장성의 비만 많이 와도 임의 생각, 추우오동엽락시에 잎만 떨어져도 임의 생각, 원암상 노송정에 쌍비쌍쌍 저 뻐국새, 이리로 가면서 뻐국 뻐뻑국 저리로 가면서 뻑국 뻐뻑국 뻑국 울어도 임의 생각이 절로 나네. 식불감미 밥 못 먹고, 침불안석 잠 못 자니, 이게 모두 다 임 그리운 탓이로구나. 앉어 생각, 누워 생각, 생각 그칠 날이 전히 없어, 모진 간장 불이 탄들 어느 물로 이 불을 끌거나.” 이리 앉어 울음을 울며 세월을 보내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