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나무 열매 구이

오늘
앨범 : 어서오세요, 고양이 식당입니다 2
작사 : 오늘
작곡 : Mate Chocolate
나는 우두커니 서 있는 꼬마 녀석에게 다가가
몇 마디를 조용히 속삭였습니다. 알고 나니 보이는 것이겠지만,
흑표범 씨의 몸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말라 있었습니다.
검은 털과 커다란 골격에 가려져 눈치채기 힘들었을 뿐이었지요.
그간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사실을 짐작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사각으로 된 법랑 쟁반에 수북이 쌓인 푸른 버섯을
들고 꼬마 녀석이 뒤뚱거리며 걸어옵니다.
은은한 빛을 내뿜고 있는 푸른 버섯은
달에 가장 가까운 산꼭대기에 자라는 버섯나무의 열매입니다.
보통 버섯과는 달리 버섯나무의 꽃이 지고 난 뒤
열매로만 맺히는 버섯이죠.
“기왕 오셨으니 식사는 하고 가십시오.”
“저는 버섯을 먹을 수가…….”
“없겠죠. 보통의 버섯이라면.”
하지만 이것은 버섯나무의 열매.
흑표범 씨의 입에도 분명 잘 맞을 겁니다.
찬장을 뒤지던 꼬마 녀석이 재빨리
1인용 화로를 찾아 흑표범 씨의 앞에 내려놓습니다.
저는 날카로운 칼로 버섯나무
열매를 납작하게 잘라 접시에 놓습니다.
작은 화로 위에 석쇠를 놓고 납작한
버섯나무 열매를 올려놓으니 금세 가게 안에
고소한 냄새가 가득 찹니다.
일반 버섯에 비해 기름기가 많은
버섯나무 열매는 푸른 빛을 머금은 채
반짝반짝 빛을 발합니다.
“지금이 딱 좋을 때입니다. 드시죠.”
의심스러운 얼굴로 흑표범 씨가
버섯 하나를 집어 입으로 가져갑니다.
푸른 빛을 입 안에 넣고 우물거리던
흑표범 씨의 얼굴에 놀라움이 떠오릅니다.
“어떻게……!”
“입에 맞으십니까.”
흑표범 씨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버섯이 아닌 버섯이기 때문이죠.
겉모양은 버섯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지만,
진짜 버섯은 아니니 육식동물이든 초식동물이든
상관없이 먹을 수 있습니다.
차곡차곡 바구니에 쌓인 버섯나무 열매를 들고
꼬마 녀석이 흑표범 씨의 옆자리에 앉습니다.
허겁지겁 허기를 채우는 흑표범 씨의 옆에서
석쇠가 비지 않게 꼬마 녀석이
버섯나무 열매를 올려놓습니다.
“많이 드세요.”

꼬마 녀석의 말에 고개를 숙이고
버섯나무 열매를 먹기 바쁘던
흑표범 씨가 고개를 듭니다.
“이걸 더 주실 수 있습니까, 주방장님.”
글썽거리는 눈동자는 못 본 척, 조리대에서
등을 돌려 팬트리로 갑니다.
검은 천을 걷는 순간 터져 나오는 푸른 빛에
모두 시린 눈을 감습니다.
높은 팬트리를 가득 채운 버섯나무 열매를 본 흑표범 씨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흑표범 씨에게 보통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버섯나무 열매를 찾는 분들도,
그분들 모두에게 드릴 버섯나무 열매도
충분하니 걱정하지 마시죠.”
이 팬트리를 볼 때마다 매번 약속한 것처럼
손님들이 눈시울을 훔치는 것을
모른 척해야 한다는 것쯤은 알고도
남을 만큼 살아왔습니다.
흑표범 씨가 말없이 버섯을 먹는 동안,
저는 상자에 버섯나무 열매를 차곡차곡 담습니다.
버섯나무 열매는 푸른 빛이 사라지면 맛과 향 또한
현저하게 떨어지게 되니,
어두운 천을 덮어놓거나 상자 속,
혹은 창고에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많이 담는 것 아니냐고요?
글쎄요. 흑표범 씨가 제게 들려준 이야기 값은
적어도 1년 치의 버섯나무 열매 정도는 되지 않겠습니까.
자신이 다른 이들과 다르다고
고백하는 것은 생각보다 두려운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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