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고인 웅덩이에
물감처럼 풀어진 네온사인을
밟고 지나가지만 색이 물들지 않아
때만 잔뜩 탄 신발을 바라보며
맴돌아 아무것도 없을걸 알면서
맴돌아 채워질게 없단걸 알면서
맴돌아 느렸다가도 빠르게
맴돌아 맴돌아 맴돌아
대단한 놈인척 떠들어대는
내 자신이 한심해
침대에 내몸을 던졌지만
침대도 이제 그만 비키라하네
오랜 말동무 천장이
내게 낮게 읊조리네
겁쟁아 그건 핑계일뿐이야
맴돌아 아무것도 없을걸 알면서
맴돌아 채워질게 없단걸 알면서
맴돌아 느렸다가도 빠르게
맴돌아 맴돌아 맴돌아
텅빈 머리속에 써내려가는 미래
하지만 급하게 떠내려가는 현재
지금을 잡으려 발악해봐도
절대 안잡히지
어제의 오늘은 그저 어제
텅빈 머리속에 써내려가는 미래
하지만 급하게 떠내려가는 현재
지금을 잡으려 발악해봐도
절대 안잡히지
어제의 오늘은 그저 어제
정해진 활주로 없이
아직도 하는 비행
오랫동안 날 수 없어 맴도는 동네
조용한 골목길 난 도둑인듯해
막차는 끊기고 나는
그 자리에 드러눕네
맴돌아 아무것도 없을걸 알면서
맴돌아 채워질게 없단걸 알면서
맴돌아 느렸다가도 빠르게
맴돌아 맴돌아 맴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