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주석 재판 1부

레몽
앨범 : (소리동화 레몽) 망주석 재판

옛날 어느 마을에 비단 장수가 살았단다. 비단 장수는 이 마을 저 마을로 비단을 팔러 다녔어.
“비단 사세요, 비단! 봄바람보다 부드러운 비단이 왔어요!”
비단 장수는 언제나 큰 목소리로 외치면서 다녔지.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그날따라 날은 덥고 비단은 팔지도 못해 더 무거웠지.
“아이고, 힘들어. 잠깐 쉴 만한 곳이 없나?”
비단 장수는 고개 위에 올라가서 주위를 두리번거렸어.
“휴우, 지게는 여기다 두고 잠시 쉬어야겠다. 허허허 망주석아 네 옆에 좀 쉬었다 가도 되겠지?”
비단 장수는 무덤 옆에 있는 망주석에 기대어 앉았어. 망주석이 뭐냐고? 망주석이란 무덤가를 꾸미거나 지키기 위해 세워둔 커다란 돌기둥을 말해. 여하튼 커다란 망주석에 기댄 비단 장수는 잠이 오기 시작했어. 바람이 솔솔 불어오니 잠도 솔솔 왔지. 비단 장수는 그만 깜박 졸고 말았어.
“드르렁~드르렁~”
“어이쿠, 깜짝이야. 내 코고는 소리에 내가 다 놀랬네! 오늘은 비단도 못 팔았는데 내가 얼마나 잔 거야?”
비단 장수는 엉덩이를 툭툭 치며 일어났어. 그런데 비단이 얹혀있던 지게가 감쪽같이 사라진 거야.
“어? 내 비단이 어디 갔지?”
비단 장수는 눈을 크게 뜨고 망주석 주변을 싹싹 살펴보았어. 무덤가도 샅샅이 찾아보았지. 하지만 비단은 보이지 않았어.
“아이고, 난 망했다, 망했어!”
비단 장수는 엉엉 울며 마을 사또를 찾아갔어.
“엉엉, 아이고, 사또님 저 좀 도와주십시오.”
비단 장수의 사연을 듣고 난 사또가 말했어.
“흠, 무덤 앞에서 낮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비단 짐이 사라졌단 말인가? 울지 말고 말하게!”
“크흑, 네.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요.”
“주위에 아무도 없었는가?”
“무덤 앞에는 망주석만 있을 뿐 아무도 없었사옵니다.”
“망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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