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쌓인 구두 위로 하나 둘
빗방울이 얼룩을 만들고
손바닥에 내린 그 시린 기운에 덜컥
어디인지도 모를 곳을
그저 남들이 가는 대로
휩쓸려 떠내려가는 나를
누군가 넘어져 울어도
한 번 뒤돌아 보지 않는
괴물로 변해만 가는 나를
빗줄기 어느새 강해져
무겁고 예리한 냉기로
그런 나를 다시
돌려보내라 속삭인다
퍼부어 내리는 빗속에 날
완전히 던지고 두 팔을 열어
시린 방울방울 파고드는
비수처럼 심장에 이르면
외롭게 숨을 거두어가던
또 다른 내가 다시 깨어나
나에게 묻는다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빗물은 혈관에 스미며
조용히 잊혀져만 가는
다른 나를 이제
되살려보라 부추긴다
퍼부어 내리는 빗속에 날
완전히 던지고 두 팔을 열어
시린 방울방울 파고드는
비수처럼 심장에 이르면
외롭게 숨을 거두어가던
또 다른 내가 다시 깨어나
나에게 묻는다
이건 아닌 것 같아
흘러내리는 빗물들 속으로
나를 뒤덮은
세상의 먼지와 오래된 얼룩들
모두 씻어내려
짓눌렸던 심장 뛰게 해주길
다시 데려다 주길
모두 씻어 내리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