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Feat. Ven)
피노다인(Pinodyne)
앨범 : PINOcchio
작사 : 허클베리피 (Huckleberry P), 소울피쉬 (Soul Fish)
작곡 : 소울피쉬 (Soul Fish), 벤 (VEN)
편곡 : 소울피쉬 (Soul Fish)
대부분이 부러워 할 만한
성적표를 받고서도
난 전혀 즐겁지 않아
무슨 수를 써도
절대 닿을 수 없는 곳에
가 있는 우리 사이엔
천 개의 우주가 남아있는 듯
그는 나의 형
우리 집안의 자랑
못 하는 게 없고
항상 기대를 받는 사람
그에 비해 한참이나
초라하고 모자란
나에겐 온전한 양이
허락되지 않던 사랑
역시나 오늘도 그는
만점에 가까운 성적표를 내밀어
너에겐 의사 가운이
어울릴 것 같다며
웃어보이시는 아버지
내 성적은 별로
관심없으신가 보지
오늘 밤에도
내가 받은 사랑은 부스러기
형에게 닿은
아버지의 미소의 부드러움이
내게도 필요해 허나
그저 난 물끄러미 응답없는
기도에 또 그냥 그러려니
이젠 벗어나고 싶어
내 앞을 가려 버린 이곳에서
이젠 벗어나고 싶어
어둡고 차가운 이 그늘 안에서
형이 입었던 옷을
그대로 물려입고
형이 신었던 신발을
그대로 물려신고
형이 다녔던 학원을
똑같이 다녀와도
형처럼 될 수 없어
난 형이 아니라서
내게도 허락된 햇살이 있을 텐데
그의 그늘이
이젠 내 눈 밑에도 베 있네
형의 동생이란 이유만으로
난 어깨를 펴지 못 해
계속 움츠러들어
이건 내가
평생 떼어낼 수 없는 꼬리표
난 형의 삶이란
악보에 붙은 되돌이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소리내고 싶어
나를 끌어당기는
이것들 좀 저리 치워
가족사진 속 모두가
날 비웃는 것만 같은 생각이
나의 하루를 뒤흔들어
나는 나일 뿐인데
내 주윌 둘러싼 내가 아닌 것들이
항상 나를 짓눌러
이젠 벗어나고 싶어
내 앞을 가려 버린 이곳에서
이젠 벗어나고 싶어
어둡고 차가운 이 그늘 안에서
내 이름은
누군가의 동생이 아냐
나도 나로서 삶을
살아가고 싶단 말야
제발 누가 날 좀
이 저울에서 내려줘
이 답답한 마음의
반만이라도 헤아려 줘
내 이름은
누군가의 동생이 아냐
나도 나로서 삶을
살아가고 싶단 말야
제발 누가 날 좀
이 저울에서 내려 줘
제발 누가 날 좀
이 저울에서 내려 줘
이젠 벗어나고 싶어
내 앞을 가려 버린 이곳에서
이젠 벗어나고 싶어
어둡고 차가운 이 그늘 안에서
형이 입었던 옷 대신
내가 입고 싶은
형이 신었던 신발 대신
내가 신고 싶은
형이 다녔던 학원 대신
내가 배우고 싶은 게
내게도 있어 정말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