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적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 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자고나면 위대해지고
자고나면 초라해지는 나는 지금
지구의 어두운 모퉁이에서
잠시 쉬고 있다
야망에 찬 도시의 그 불빛
어디에도 나는 없다
이 큰 도시의 복판에 이렇듯
철저히 혼자 버려진들 무슨 상관이랴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간
고호란 사나이도 있었는데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한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꽃처럼 타올라야지
묻지 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살아가는 일이 허전하고
등이 시릴 때
그것을 위안해줄 아무것도 없는
보잘 것 없는 세상을
그런 세상을 새삼스레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건 사랑 때문이다
사랑이 사람을 얼마나 고독하게
만드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지
사랑만큼 고독해진다는 걸
모르고 하는 소리지
너는 귀뚜라미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귀뚜라미를 사랑 한다
너는 라일락을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라일락을 사랑 한다
너는 밤을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밤을 사랑 한다
그리고 또 나는 사랑 한다
화려하면서도 쓸쓸하고
가득 찬 것 같으면서도
텅 비어 있는 내 청춘에 건배
사랑이 외로운 건
운명을 걸기 때문이지
모든 것을 거니까 외로운 거야
사랑도 이상도 모두를 요구하는 것
모두를 건다는 건 외로운 거야
사랑이란 이별이 보이는
가슴 아픈 정열
정열의 마지막엔 무엇이 있나
모두를 잃어도 사랑은 후회 않는 것
그래야 사랑했다 할 수 있겠지
아무리 깊은 밤일지라도 한가닥
불빛으로 나는 남으리
메마르고 타버린 땅일지라도
한줄기 맑은 물소리로 나는 남으리
거센 폭풍우 초목을 휩쓸어도
꺽이지 않는 한그루 나무되리
내가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했기 때문이야
구름인가 눈인가
저 높은 곳 킬리만자로
오늘도 나는 가리 배낭을 매고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며
그대로 산이 된들 또 어떠리